최근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더 높은 성능의 리튬이온전지가 요구되면서, 기존 흑연을 대신할 차세대 음극 소재 연구가 활발하다. 그중 실리콘 산화물(SiO)은 높은 용량과 부피 팽창 완화 효과로 주목받지만, 장기간 사용 시 안정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.
연구팀은 장기간 구동 실험을 통해, 상온(25℃)에서 빠른 속도로 충·방전을 반복하면 흑연/SiO 음극에서 갑작스러운 용량 저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. 반면 고온(50℃)이나 느린 속도의 충·방전 조건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.
연구팀은 그 원인이 리튬 농도 차이에서 비롯된 확산 유도 응력(diffusion-induced stress)임을 확인했다. 상온에서는 리튬 확산이 느려 입자 내부와 표면의 농도 차이가 커지고, 그 결과 입자 표면에 균열이 생긴다. 균열은 전해질 분해를 촉진해 리튬 이동을 막는 두꺼운 막을 만들고,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성능이 빠르게 떨어진다. 결국 실리콘 산화물은 ‘SiO-SEI 크러스트’라는 두꺼운 비활성층을 형성하며 기능을 잃게 된다.
아울러 연구팀은 충·방전 사이에 잠시 쉬는 ‘이완 단계(relaxation step)’를 거치면 리튬 농도 차이가 완화돼 급격한 용량 저하를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. 이는 확산 유도 응력이 실리콘 음극 성능 저하의 핵심 원인임을 보여주는 결과다.
유승호 교수는 “이번 연구는 실리콘 음극의 열화 과정을 근본적으로 규명해, 장수명 고에너지 전지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”라며 “향후 실리콘 기반 리튬이온전지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”이라고 말했다.
본 연구 성과는 LG에너지솔루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·한국연구재단의 원천기술국제협력개발사업(이차전지 국제공동연구)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.